2025 메이저리그 개막전, 이정후는 안타 없이도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이 됐다. 볼넷 2개로 출루, 2 득점 모두 팀의 추격과 역전의 계기가 되었고, 319일 만의 복귀전에서 그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부상 복귀전, '볼넷 두 개로 두 점'… 이정후의 야구 센스는 살아 있었다
2025년 3월 28일,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 이곳은 이정후에게 단순한 개막전 무대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 곳이다. 바로 이 경기장에서 2024년 5월, 그는 외야 수비 도중 펜스와 충돌해 어깨 부상을 입었고, 결국 시즌을 조기 마감해야 했다. 그리고 정확히 319일 만에 같은 구장에서 다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했다. 마치 영화처럼 다시 돌아온 무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3번 타자이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하며 진정한 ‘복귀전’을 치렀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이날 침묵했지만, 그의 야구 감각과 집중력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2타수 무안타에 머물렀지만 두 차례 볼넷을 얻어내 출루했고, 두 번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단순히 출루만 한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데 기여한 ‘조용한 MVP’ 역할이었다.
4회 초, 이정후는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첫 번째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후 라모스의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홈을 밟아 팀의 첫 득점을 기록했다. 당시 분위기를 반전시킨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점수 차는 좁혀졌고, 이후 경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정후는 단순한 1루 주자가 아니라, 팀의 반격 시작점이었다.
9회 초에는 더욱 중요한 순간이 찾아왔다. 2-3으로 끌려가던 1사 상황, 이정후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0-2로 몰렸지만, 이후 유인구를 연달아 골라내며 풀카운트 승부를 만들어냈고, 결국 8구째에 볼넷 출루에 성공했다. 그 타석은 단순한 볼넷이 아니라, 경기의 운명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후속 채프먼의 안타로 3루까지 진루한 이정후는, 베일리의 적시타에 다시 홈을 밟아 3-3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득점을 올렸다.
그 직후 플로레스의 쓰리런 홈런이 터지며 샌프란시스코는 6-3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6-4 승리를 완성했다. 팬들은 역전극의 주인공으로 홈런 타자들만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 모든 시나리오의 시작점에는 이정후의 침착한 출루가 있었다.
경기 후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단지 안타를 치는 타자가 아니라, 경기를 읽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라고 평했다. 그의 말처럼,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2년 차답지 않은 노련함과 센스로 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비록 스코어보드에는 안타 하나 찍히지 않았지만, 이정후의 존재감은 그 어떤 장타보다 묵직했다. 오랜 공백과 부상의 그림자를 이겨낸 그의 개막전은, 단지 복귀가 아니라 완벽한 시작이었다.
9회, ‘경기의 얼굴을 바꾼’ 볼넷과 주루
2025년 메이저리그 개막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경기. 이정후는 이날 3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공식 경기 복귀를 알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2타수 무안타였지만, 정작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은 안타가 아닌 볼넷과 주루에서 나왔다. 특히 9회 초 이정후의 한 타석은 경기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 놓으며, 샌프란시스코의 개막전 극적인 승리를 견인하는 결정적 장면이 되었다.
9회 초, 팀이 2-3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 1사 후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초반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0-2로 몰렸다. 위기의 상황이었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이어지는 유인구를 침착하게 참아내며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갔고, 연속해서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을 거르며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8구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내며 1루에 출루했다. 안타 하나 없는 경기였지만, 이 타석은 그의 야구 지능과 선구안을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정후는 출루 이후에도 단순히 1루에 머무르지 않았다. 후속 타자 맷 채프먼의 안타가 좌측에 떨어지자 그는 망설임 없이 3루까지 내달렸다. 빠른 주루 판단과 과감함이 빛난 장면이었다. 그리고 2사 후, 타석에 들어선 베일리가 우중간 적시타를 날리자 이정후는 홈을 밟아 동점 득점을 만들어냈다. 기세를 완전히 탄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플로레스의 좌중간 3점 홈런까지 터지며 6-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결국 이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흐름은 이정후가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단순히 볼넷을 골랐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0-2의 불리한 볼카운트를 극복해 낸 선구안, 과감한 3루 진루를 가능케 한 주루 센스, 그리고 결정적 상황에서의 득점까지. 이날 그의 플레이는 안타라는 기록이 없어도 존재감을 강하게 남긴 경기였다.
더군다나 이정후는 경기 초반인 4회에도 볼넷으로 출루해 라모스의 홈런에 득점을 기록, 총 두 번의 출루를 모두 점수로 연결시켰다. 이는 단순히 타석에서의 활약이 아니라, 경기를 읽는 능력과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까지 겸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정후는 이날 경기 후반, 안타 없이도 경기의 흐름을 뒤바꿨고, 샌프란시스코가 극적인 개막전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그가 단순히 ‘타격’만 잘하는 선수가 아닌, 팀 전체의 공격 흐름을 연결하고 살려주는 진정한 중심 타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순간이었다.
돌아온 이정후, 샌프란시스코에 가장 필요했던 퍼즐
2024년,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는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됐다. 그러나 현실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시즌 초반 안정적인 타격을 이어가며 타율 0.262, OPS 0.641로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듯했지만, 외야 수비 중 펜스와 충돌하며 어깨 부상을 당했고, 불과 37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그해 이정후는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과 동시에 마무리된 데뷔 시즌은 그에게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도 아쉬움 그 자체였다.
그랬기에 2025년 그의 복귀는 단순한 '회복'을 넘어, 팀 전력의 핵심 퍼즐이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며 타율 0.343, OPS 1.000 이상의 성적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찍은 그는, 다시 한번 중심 타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인시켰다. 물론 시즌 개막 직전, 허리 통증으로 갑작스레 훈련을 중단하며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위기도 있었지만, 빠른 회복과 철저한 관리로 시범경기 마지막 3경기를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결국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돌아온 그날, 이정후는 안타 하나 없이도 팀의 역전승을 이끄는 데 핵심 역할을 해냈다. 그는 이날 2타수 무안타였지만, 두 개의 볼넷으로 출루해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9회, 0-2로 몰린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 풀카운트를 만들고,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낸 장면은 그의 선구안과 집중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후 과감한 주루로 3루까지 진루했고, 베일리의 적시타에 홈을 밟아 3-3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뒤집는 발판을 마련했다. 곧바로 플로레스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팀은 6-4 대역전승을 완성했다.
이정후의 플레이는 단순한 타격 기록을 넘어선 영향력을 갖는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날카로운 선구안, 공격적인 주루 센스, 그리고 흔들림 없는 경기 운영 능력이다. 이날 그는 그 모든 장점을 실전에서 그대로 풀어냈고, 팀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중심축이 되었다. 단순히 안타를 쳐낸 것이 아닌, 경기 흐름을 읽고 상황을 주도한 점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MLB 2년 차, 이정후는 단순한 리드오프나 출루율 높은 타자가 아닌,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중심’으로서 경기를 조율할 줄 아는 선수로 성장했다. 팬들은 더 이상 그에게 ‘KBO 출신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는 이제 ‘없어선 안 될 핵심 전력’으로 불리고 있다.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2025년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낸다면, 그 중심엔 반드시 이정후가 있을 것이다. 그의 진짜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